스페인 밖에서 고야의 대규모 전시회는 드문 일입니다.
2021년 10월,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과
마드리드의 국립 프라도 박물관(Prado National Museum)이
유럽과 미국 박물관 및 개인 소장품을 통합하여
열린 전시회는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카탈로그에는 70개가 넘는 그림과 60여점의 드로잉, 판화가 담겨 있습니다.
고야의 생애을 커다란 사건으로 묶어 그림과 함께 시대순으로 설명하고
모더니즘의 선구자로서 일찍부터 천재성이 입증되어 온
고야에 대한 평가까지,
고야의 변화하는 화풍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카를로스 4세의 초상>, <카를로스 4세의 가족>,
<옷을 입은 마하>, <옷을 벗은 마하>
대범하고 퇴폐적이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그림을 그리던 고야가
1808년, 나폴레옹의 군대가 마드리드의 시민들을 학살하는 모습에서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검은 그림들>
내면의 상처와 인간의 비이성적 광기와 허무,
폭행을 담아낸 그림을 그리기까지
스스로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고야의 성찰이며 천재성이었습니다.
끌림과 거부, 빛과 어둠, 구원과 저주, 이성과 비이성,
삶을 긍정하는 힘과 삶을 부정하는 힘.
사회적 관습을 뛰어넘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세계의 문을 열기 위해
성자와 범죄자, 마녀와 악마를 묘사 한 고야.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혼의 깊은 곳을 쏟아낸 그의 예술성으로
오늘날 모더니즘의 선구자, 최초의 초현실주의자로 불리고 있습니다.